
시간이 흘러 2025년, 여의나루역에서 다시 불길이 일었다. 똑같은 지하철, 똑같은 공간에서.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불꽃이 번지지 않았다. 연기가 치솟았지만 객차는 타지 않았다. 사람들은 질서 있게 대피했고, 큰 인명피해 없이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물론 그에게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사정이 이 비극이 될 뻔한 일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할 순 없다. 과거 숭례문 방화사건처럼 말이다.
물론 그에게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사정이 이 비극이 될 뻔한 일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할 순 없다. 과거 숭례문 방화사건처럼 말이다.
무엇이 달랐을까? 바로 그들, 대구에서 스러져간 이들의 마지막 울부짖음이 만들어낸 변화였다. 불에 타지 않는 난연재료, 개선된 환기시설, 강화된 안전장치들. 죽음으로 남긴 그들의 메시지가 오늘날 지하철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던 것이다.
참사 이후 우리는 말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그리고 정말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여의나루역의 승객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21년 전 그 차갑고 어두운 터널에서 마지막 숨을 거둔 이들의 희생 때문이었다.
죽음은 끝이 아니었다. 그들의 죽음은 수많은 생명을 지키는 방패가 되었고, 보이지 않는 손길이 되어 오늘도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든 이들을 보듬고 있다.
우리가 매일 타는 지하철의 좌석, 벽면, 바닥재 하나하나에는 그들의 마지막 부탁이 새겨져 있다. "부디 안전하게,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세요"라고.
기억한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아니다.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는 우리의 다짐이고, 오늘을 사는 모든 이들에게 내일을 약속하는 일이다.
🕯️ 죽은 자들이 살린 산 자들. 우리는 그 무게를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무게야말로 우리가 더 안전하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